숨소리 /김성기
푸른 하늘 같은
그대 없을지라도
그 희망을 꿈꿀 푸른 숲이 있으리
만일 청춘의 시간을 잠시 유예할 수 있다면
조각가의 솜씨로도 새기지 못할
사랑이라는 이름의 고독을 깊이 읽어보리
밤이 긴 옷자락을 끌면서
슬픔과 환희를 닮은 오묘한 소리를 내어
이방 저 방 들락거리며
검은 옷이 반짝이길
현관으로 천국의 빛이 수놓아져 있길
고요하고도 장엄한 밤이여
더 깊고 더 슬픈 나의 시간이여
침샘도 마르고
혈통 끊어진 것보다 더 슬픈 애상이여
유령이 나올듯한 밤의 침실을
마치 옛 시인의 노래처럼
채우고 있구나
-2020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