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남 /김성기
혹성에 있는 듯 별 하나
너를 향해 비추고
세상을 흘기며 고립시킨 해와 달
고독이 서리서리 이슬에 푹 젖었던 날들
눈에 밟힌 하얀 얼굴
이슬 젖은 마음 바람결에 스러지네
가녀린 숨 헐떡이며 가슴에 안긴 천사
내 마음은 온통 꽃핀 봄날만 같아라
해는 아직 시퍼런 새벽인데
나팔꽃 피고 지듯 짧은 하루
애틋하게 출렁이는 이별
별 없이도 반짝이는 까만 눈
풀잎 이슬 맺힌 도톰한 입술
무한한 상상 속을 날고 있는 눈동자
별과 꽃 하늘을 사랑하는 아가야
시대의 암흑천지에서 꽃망울이 접혀도
사락사락 첫눈 녹이며 동백처럼 피어
사랑을 심으며 시름없이 살찌고 푸르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