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고르의 빼앗긴 인생 / 김성기
어느 시인이 말했듯이
떠나고 싶은 자 떠나게 하고
잠들고 싶어 하는 자 잠들게 하고
그리고 남은 시간은
침묵하는 것이 사랑이라 했는가
그러나
침묵하는 그 시간은
가혹한 시련이라는 것을
벽 속에
갇힌듯한 숨 막힘
고독은 처절하고
인내는 몸부림친다.
어둡게 떠오르는 사랑
앙상한 나뭇가지에 매달려
아프다.
무엇이 사랑이고
무엇이 두려움인가
벽 뒤에 웅크린 적막감으로
눈망울의 초점이 흐려지고
타오르던 가슴에 불꽃도
밀어내지 못한 미련의 고삐도 놓아버린다
그리웠던 곳에서
보고 싶던 사람이 보이고
겹겹이 쌓인 낙엽이 바스락댄다
훈훈해진 대지에
참새 한 마리
서서히 가슴에 들어와 격동의 날개를 퍼덕인다
가두어 놓은 지난날의 사랑
안개와 같은 우울한 세월
바람과 함께 훌훌 떠나보내며
타인의 의해
정해지고 죽어 간 삶을
내 것으로 승화시켜
남아있는 시간을
생생한 삶으로 디자인하여
빼앗긴 타고르의 인생을 이야기하고 싶다.
*라빈드라나트 타고르:1913년 동양인으로서 최초의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인도의 시성이자 사상가
*우리에게 알려진 詩 '동방의 등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