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동주시인

자화상

시인, 김성기 2019. 3. 4. 12:02

자화상
                               /윤동주
산모퉁이를 돌아 논가 외딴 우물을
홀로 찾아가선
가만히 들여다봅니다
우물 속에는 달이 밝고 구름이 흐르고
하늘이 펼치고
파아란 바람이 불고 가을이 있습니다
그리고 한 사나이가 있습니다
어쩐지 그 사나이가 미워져 돌아갑니다
돌아가다 생각하니 그 사나이가 가엾어집니다
도로 가 들여다보니 사나이는 그대로 있습니다
다시 그 사나이가 미워져 돌아갑니다
돌아가다 생각하니 그 사나이가 그리워집니다
우물 속에는 달이 밝고 구름이 흐르고 
하늘이 펼치고
파아란 바람이 불고 가을이 있고
추억처럼 사나이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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