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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건너 콩밭

시인, 김성기 2019. 2. 24. 23:34

        강 건너 콩밭 / 김용택 오늘도 학교 갔다 와서 아기 업고 강 건너 밭에 아기 젖 주러 갑니다. 밭에 가면 어머니는 콩밭이 훤하게 지심을 매다가 내가 엄마! 하고 부르면 아이고 내 새끼 아이고 내 새끼 배가 을매나 고팠을까 하며 수건 벗어 먼지 털고 밭 가로 나와 아기 젖을 줍니다. 울던 아기가 울음을 뚝 그치면 매미 소리 물소리가 들립니다. 아기는 두 손으로 엄마 손을 움켜쥐고 젖을 먹으며 까만 눈으로 엄마 눈을 바라봅니다. 아가 눈엔 엄마가 엄마 눈엔 아기가 들어 있고 푸른 산 뭉게구름이 보입니다. 젖을 다 먹이고 아기 업고 돌아오면 아기는 내 머리를 잡아당기고 길가에 풀잎을 뜯기도 합니다. 나는 풀꽃을 꺾어 아기 손에 쥐어 줍니다. 집에 와서 아기를 내려놓고 강 건너 콩밭은 보면 콩들이 엄마 뒤를 따라 올망졸망 자라고 내가 집에 다 갔나 못 갔나 고개 들고 우리 집 보며 또 자랍니다.
        -블로거,소중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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