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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수

시인, 김성기 2019. 6. 18. 13:39
      향수 /정지용 넓은 벌 동쪽 끝으로 옛이야기 지줄대는 실개천이 회돌아 나가고, 얼룩백이 황소가 해실피 금빛 게으른 울음을 우는 곳, 그곳이 참하 꿈엔들 잊힐리야. 질화로에 재가 식어지면 뷔인 밭에 밤바람 소리 말을 달리고, 엷은 조름에 겨운 늙어신 아버지가 짚벼개를 돋아 고이시는 곳, 그곳이 참하 꿈엔들 잊힐리야. 흙에서 자란 내 마음 파란 하늘이 그립어 함부로 쏜 화살을 찾으려 풀섶 이슬에 함추름 휘적시든 곳, 그곳이 참하 꿈엔들 잊힐리야. 전설(傳說) 바다에 춤추는 밤물결 같은 검은 귀밑머리 날리는 어린 누이와 아무렇지도 않은 예쁠 것도 없는 사철 헐벗은 아내가 따거운 햇살을 등에 지고 이삭 줍던 곳, 그곳이 참하 꿈엔들 잊힐리야. 하늘에는 성근 별 알 수도 없는 모래성으로 발을 옯기고, 서리 가마귀 우지짖고 지나가는 초라한 지붕, 흐릿한 불빛에 돌아앉아 도란도란 거리는 곳, 그곳이 참하 꿈엔들 잊힐리야.
      -블로거, 하늘과 바람과 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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