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거의 창작글 & 좋은글

겨울 이야기

시인, 김성기 2019. 5. 4. 16:43
겨울 이야기 /운목 언제이든, 어느메든 한적한 산골로 들어가 자연석 틈사이 창포꽃 피어난 조그만 연못에 물고기 몇 마리 놓아두고 꽃 나무 울타리 토담 아담한 집 황토 앞마당에 토실한 토종알 낳는 암닭이랑, 장닭이 누렁이와 오리가 한가로운 아지랑이 보리밭에 종달새를 키우고 텃밭에 푸성귀를 띁으며 붉은 고추 몇 알 뜨락에 말려 오랜지 빛 감을 깍어 곳감 몇 꼬지 처마에 가을을 매달고 폴 폴, 고소한 내음의 깨속살이 다발을 도리깨로 투드려 키질 하며 한 사발의 탁배기를 딸아주는 사람과 이마에 땀을 닦고싶소. 장작불 아궁이의 가마솥에 누룽갱이를 달챙이 숱가락으로 북북 긁어 투가리 된장국에 배를 두드리며 후루륵 후루룩 한 발 슝늉으로 손을 꼬옥 잡은 사람과 어깨를 토닥이며 함박눈 쌓이는 겨울 밤을 등 따습게 이야기 하고 싶소. 웃묵 시루에는 몇 주먹 좀콩 싹을 틔워 나물을 키우고 통가리에서 몇 개 고구마를 꺼내어 화로에 묻어놓고 외양간에 황소의 코고는 소리 들으며 용수 박은 장 단지에서 폴 폴 새어 나오는 누룩 냄새와 볏집 퉁가리에 띄우는 담뿍장 냄새가 어우러지는 겨울 이야기도 손을 꼬옥 잡은 사람과 하고싶소. 화로에 장작 숯뿔이 사그러져 재가 남도록 손을 꼬옥 잡은 사람과 겨울 밤을 이야기 하고 싶소.
-블로거, 운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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