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이 피고 봄은 오려나
/지향, 김성기
푸름의 어느 날 밤에,
거대한 횃불이 되어
꿈의 동산을 밝혔네
긴 세월이 흘러간 후
인생의 나무에는
번민의 가시관이 매달려있네
비와 눈과 바람은 울부짖고
빛을 잃어 한숨으로 광폭한
더 깊고 더 슬픈 나의 언어는 또 찾아오네
시간은 포도주처럼 익어가고
달에 가슴에 켜놓은 붉은 등으로
타는 듯 만발한 환상이 스칠 뿐
짐승도, 개천도, 푸름도, 숲도 없이
심장을 압도하는
순결하고 영적인 문학은 죽고 없네
모든 사람 앞에 과녁처럼 놓여
영혼 없이 끌려가는 가축의 무리가 되어
돌아오지 않음을 서러워하네